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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킥오프] 대학 스포츠의 길, 아주대 축구부에서 찾다   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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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킥오프

[서호정의 킥오프] 대학 스포츠의 길, 아주대 축구부에서 찾다

기사입력 2018.04.05 오후 03:29 최종수정 2018.04.05 오후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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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벚꽃이 피기 시작한 아주대 캠퍼스 초입에 위치한 축구전용구장이 오후 3시를 전후해 떠들썩했다. 백팩을 메고, 손에는 교재와 자료를 든 학생들이 삼삼오오 경기장 주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대학 축구부 83개 팀이 11개 권역으로 나눠 참가하는 2018 U리그의 조별예선이 펼쳐지고 있었다. 4권역의 강자인 아주대와 동국대의 맞대결이었다. 


하석주 감독이 이끄는 아주대로서는 U리그 홈 개막전이기도 했다. 승부는 안효연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2년 차를 맞는 동국대가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현역 시절 측면에서 이름을 날렸던 두 감독의 팀인만큼 스피드를 앞세워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왕중왕전 32강에서도 격돌했던 두 팀은 승부차기 끝에 동국대가 승리한 바 있다. 아주대는 홈에서 복수를 기대했지만 원한 대로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학 스포츠는 승패가 전부다. 말이 학생 스포츠지 학생 선수들은 캠퍼스 생활과 유리된 채 운동에 절대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대학 이후의 선수 생활을 위한 준비 단계가 크다. 다른 학교였다면 승패 말고는 논할 게 없었을 U리그였다. 그러나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패한 것은 아쉽지만 충분히 의미 있었던 경기다”라고 말했다. 패배에 풀이 죽은 그와 아주대 선수들 뒤에는 2000명이 넘는 홈 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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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한축구협회가 집계한 관중 수는 2013명이다. 몇몇 프로 2부 리그 팀보다 많은 숫자다. 실업 축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아주대에서는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다. 2017년에는 1753명이 개막전을 지켜봤다. 2016년에는 1124명, 2015년에는 1011명이었다. 조별예선 동안 U리그는 7차례의 홈경기를 치른다. 아주대는 2017년 4491명의 홈경기 누적관중을 기록했다. 개막전의 특성을 제외해도 나머지 6경기에 2700여명, 평균 450명 이상이 찾았다는 뜻이다. 


이런 열정은 대학 축구, 아니 대학 스포츠에서 오직 아주대만이 만드는 풍경이다. 농구대잔치를 통해 대표 대학 스포츠의 이미지가 확고해진 농구도 따라할 수 없는 관심과 열기다. 사학의 라이벌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펼치는 정기전 같은 이벤트만이 능가할 수 있다. 


하석주 감독이 졌지만 의미 있다고 한 지점도 거기 있었다. ‘홈 경기’답다는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경기장을 찾는 길에는 프로 경기 때나 볼 법한 현수막, 포스터, 광고판이 즐비했다. 경기 진행은 일사분란했다.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경기 진행, 아나운서, 응원 등을 각자 영역에서 책임졌다. 그들은 아주대 축구부 프론트다. 축구부와 관계 없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해 올해로 4년차를 맞는 조직이다. 이런 조직도 대학 스포츠에는 아주대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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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리그의 성지. 대학 축구를 넘어 축구 관계자 전반에 굳어진 아주대 홈 경기의 이미지다. 2013년 설치된 2면의 인조잔디구장에서 홈 경기가 열린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U리그지만 여전히 대다수 대학들이 홈구장이 없어 중립지역에서 경기를 하는 게 현실이지만 아주대는 그것을 넘어 열렬한 모교 학생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홈 경기를 치른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아주대를 상징하는 푸른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 에스코트가 함께 입장하고, 박형주 아주대 총장과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 이삼구 아주대 축구부 후원회장, 이성호 아주대 총학생회장이 대표로 시축을 했다. 하프타임에는 아주대 응원단 쎈토의 공연과 경품 추첨 이벤트 등이 있었다. 경기 후에는 응원을 온 학생들과 선수단이 한데 어우러져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여기가 K리그인가 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 조덕제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 송경섭 강원FC 감독, 김병지, 현영민 해설위원, 주승진 수원 삼성 유스 총괄 디렉터, 그리고 프로 팀의 많은 스카우트들이 곳곳에 자리 했다. 지난해 현역 은퇴 후 U리그를 찾은 건 처음이라는 현영민 해설위원은 “이 정도 열기일 줄 예상 못했다. 깜짝 놀랐다. 다른 대학도 이런 분위기인가?”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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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의 U리그 홈 경기는 학교의 축제다. 다양한 부대행사로 아마추어를 넘어서는 스포테인먼트 행사를 표방하고 있다. 당초 아주대와 동국대의 경기는 6월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하석주 감독이 일정이 발표된 뒤 안효연 감독에게 연락해 일정을 앞당겨 개막전으로 열자는 제안을 했다. 중간고사 시작 전 홈 개막전으로 빅매치를 벌려 학생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에 안효연 감독도 흔쾌히 수락했다. 안효연 감독은 “우리가 승리를 가져가지만 멋진 분위기를 갖고 있는 아주대가 부럽다”라고 말했다. 


변화는 하석주 감독이 아주대로 복귀한 2014년 말부터 이뤄졌다. 공교롭게 그 시기에 아주대 축구부 프론트가 구성됐다. 축구에 관심이 있던 4명의 학생이 학생처에 요청을 해 구성했다. 프로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하석주 감독은 축구부를 지원하고 싶다는 프론트의 요청에 관심이 보였다. 때마침 축구부 후원회도 결성됐다. 아주대 출신의 이삼구 해동산전 회장이 축구에 관심이 많은 동문들을 모아 조직했다. 


아주대가 U리그의 성지, 대학 스포츠의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 잡은 것은 축구부, 프론트, 후원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삼구 회장은 “하석주 감독이 프로에서 아주대로 돌아오면서 동문들이 의기투합했다. 대다수 후원회가 우승을 위한 지원을 하자는 방향이지만, 프로를 경험하고 돌아온 하감독이 이제는 대학 축구도 리그로 진행되니 홈 경기를 축제로 만들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후원회도 그 방향에 동감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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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진행된 것인 전용구장 건립과 정비였다. 천연 잔디면 좋겠지만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 탓에 인조 잔디를 택했다. 대학 무대에서는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비용은 후원회가 모금을 하고, 학교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아주대 축구전용구장은 정문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홈 경기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몰릴 수 밖에 없다. 부상 선수 이동을 위한 카트 구입 등 홈 경기 진행을 위한 시설과 장비 구입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삼구 회장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뜨거운 홈 경기 분위기가 학교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홈 경기가 열리면 총장님, 아주대 병원장님 등 교내 주요 인사들이 출동하는 게 당연하게 됐다. 학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게 대학 스포츠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석주 감독은 운동부가 성과를 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하진 않았다. 하지만 대학축구가 언제까지 그 범주 안에서만 머물러야 할까라는 고민을 부임과 동시에 시작했다. 그는 “시대가 변해하고 있다. 학교와 호흡하지 않고, 학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그들만의 운동부다. 그러면 언제 사라져도 할 말이 없다. 그 틀에서 탈출하고 싶었다”라며 대학 스포츠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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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6년 말 밝혀진 국정농단 사태에서 대학 스포츠가 부당한 매개체로 전락한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정유라 사태로 대학 스포츠 전체가 뒤집어졌다. 운동부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해 교내는 물론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때마침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화두가 중시되며 대학 운동부에는 C제로룰(C학점 이상을 받아야 경기 출전이 가능한 조항)이 적용됐다. 더 이상 대학 스포츠는 성과를 위해 특별 대우 받을 수 없는 존재다. 


아주대 축구부는 대학 스포츠가 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정립하고 있다. 아주인(아주人)이라는 대학 브랜드의 주요 홍보 창구다. 아주대 축구부 프론트 3기 운영팀장인 유하영(영어영문학과, 15학번)학생은 “이 활동을 한다고 장학금이나 혜택을 받는 건 없다. 동아리 활동과 달리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조연이다. 하지만 축구가 많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그 열정이 흐려진 대학 구성원의 단합을 이끄는 좋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애정으로 다들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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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의 시대다. 최근에는 동아리 활동의 활력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축구부와 관계 없는 학생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새로운 주제와 스토리를 만들며 축구부를 경기를 하는 운동부를 넘어 학교 구성원을 연대시키는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의미가 크다. 운영, 마케팅, 디자인 등 세부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이 자기 역량을 프로 이상으로 발휘한다. 


매년 늘어나는 일반 학생들의 참여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온 외국인 학생들도 점점 참여가 늘고 있다. 유하영 학생은 “아주대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 교내에 천여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 그들도 아주인이라는 생각에 교환학생 커뮤니티에 외국어 포스터와 카드 뉴스를 올리고 경기 때는 프론트에서 영어 아나운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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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리그1 강원FC에 입단한 아주대 축구부 출신 박창준은 운동부 학생의 틀을 깬 것으로 교내에서 유명했다. 그는 일반 학생들과 허물 없이 지내고, SNS로 응원 메시지가 오면 함게 식사도 하며 그들은 팬으로 늘렸다. 운동부와 일반 학생의 거리감을 좁힌 것이다. 하석주 감독은 “C제로룰로 인해 이제 선수들도 모두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학생 신분이 기본임을 잊어서 안 된다. 선수들 스스로 특별하다가 아니라 우리도 일반 학생이라는 생각으로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 내의 문화를 넘어 지역 사회로 나가는 것이 아주대 축구부 전체가 그리는 그림이다. 우선은 대학 구성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다면 아주대 상권, 그리고 학교가 위치한 수원시의 자랑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 스포츠는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그 지역의 사랑을 받는다. 


그에 입각해 올 시즌 아주대 축구부 프론트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우리동네 스폰서’라는 프로젝트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아주대 상권에 위치한 가게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이다. 스폰서는 상품권과 현물 등을 제공한다. 올해 10개 업체와 출발을 했다. 프론트는 깃발 배너를 홈 경기마다 설치해 학생들에게 상호명을 노출하고, 인터뷰 백보드 등도 제작해 SNS로 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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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이어지는 아주대의 이런 모습은 다른 대학에도 영감을 주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실제 개막전에는 동국대 측에서도 교내 인사들이 방문했다. 동국대는 정규 규격의 운동장이 없어 중립지역인 효창운동장을 홈으로 쓰는 많은 팀 중 하나다. 안효연 감독은 “부총장님이 오셨는데 이 분위기를 보고 좋은 걸 느끼신 것 같다. 아마 학교로 돌아가면 우리도 비슷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석주 감독은 “오늘은 우리가 패했지만 만일 동국내다 다른 학교도 이런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그게 대학 축구와 스포츠 전체를 봐서는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대학스포츠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 실력 있는 선수는 조기에 프로로 향한다. K리그는 올해부터 준프로계약을 도입해 계약 연령을 한층 낮춘다. 과거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 홍명보, 황선홍, 서정원, 최용수, 안정환, 설기현, 이영표, 박지성 등을 배출한 대학 스포츠의 역할은 이제 능력 있는 선수의 육성이라는 기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학 스포츠는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아주대 축구부를 둘러싼 시스템은 그에게 분명한 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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