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 日 축구 지탱한 덴소의 40년 후원…한국 대학축구에 던진 시사점
▲ 박한동 회장 나가노 유지 회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덴소컵 40주년은 한·일 대학축구가 쌓아온 신뢰와 교류의 역사 위에서, 앞으로의 40년을 함께 준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지난달 22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2026 한·일 대학축구연맹 덴소컵 업무 협약식’에서 나온 이 발언은 이번 행사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덴소컵은 단순한 한·일 정기전이 아니다. 기업의 장기적 후원이 대학축구 생태계를 어떻게 ‘제도’로 성장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덴소컵 40주년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대학축구의 ‘지속 가능성’과 ‘선순환 구조’는 어디에서 오는가.
◆덴소의 40년 후원, 일본 대학축구를 ‘시스템’으로 만들다
덴소컵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순 대회 개최 이상의 힘이 작용해왔다. 바로 주식회사 덴소의 40년에 걸친 후원이다.
덴소는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도요타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로 알려져 있다. 일본 대학축구에서 40년 동안 자리 잡은 덴소컵은 이러한 철학이 스포츠 분야에서 구현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일본대학축구연맹 나가노 유지 회장은 “덴소의 지원을 바탕으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 예선–선발–육성–국제 교류로 이어지는 구조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일 대학 정기전 이전에 일본 대학 선발팀을 구성하기 위한 지역별 대회가 존재하고, 이 과정에서 대학 선수들이 초·중·고 선수들과 교류하며 교육적 역할까지 수행하는 구조 역시 이 시스템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J리그 출범 이후 일본 축구는 빠르게 프로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대학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덴소의 장기 후원 아래 대학축구는 프로 이전 단계의 완충지대이자 또 하나의 인재 허브로 기능했다. 이는 단기 마케팅이 아닌, 지역·교육·스포츠를 함께 바라본 기업의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구조다.
◆ 덴소가 보인 ‘ESG 스포츠 후원’의 전형
덴소의 후원은 단순한 대회 명명권이나 홍보성 스폰서십과는 결이 다르다. 대학생이라는 신분, 교육과 스포츠의 결합, 지역 대회와 국제 교류를 수십 년간 유지해온 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업 ESG의 사회적 가치를 장기적으로 실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대학축구는 즉각적인 흥행이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덴소는 학생 선수 육성, 지역 스포츠 유지, 국제 교류라는 공공적 가치를 선택했다. 이는 기업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철학은 일본 대학축구의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 대표팀에는 대학 출신 선수가 7명 포함됐다.
나가노 유지 회장은 “매년 상당수의 대학 선수들이 J리그1·2로 진출한다. J리그1은 30명, J리그2는 70명 정도의 대학 선수가 진출한다. 중요한 점은 프로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 교육을 거친 선수’라는 경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일본 대학 축구 지도자들은 교수 출신이 많다. 훌륭한 선수 이전에,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감독들 사이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전했다.
덴소컵은 승패보다 과정을, 단기 성과보다 지속성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일본 대학축구의 저변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본은 현재 대학축구팀만 약 320개, 고교팀은 4,000개에 달한다. 덴소의 40년 후원은 이 모든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한 ‘보이지 않는 기둥’이었다.

◆ 한국 대학 축구의 미래, 지속 가능성의 조건을 묻다
한국 대학축구 역시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해 3월 대학축구연맹에 박한동 회장이 취임 이후 유니브 프로(UNIV PRO) 출범과 상비군 제도 도입 등 굵직한 구조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축구를 단순한 선수 공급 창구가 아닌, 한국 축구의 허브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구조적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핵심은 이 변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이다.
현재 한국 대학축구에는 덴소와 같은 장기 후원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맹의 의지와 지도자의 노력, 선수들의 헌신만으로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렵다. 일본 대학축구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주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3월 15일 덴소 본사가 있는 나고야에서 열리는 덴소컵은 한국 대학축구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대학축구를 한국 축구의 미래라 말한다면, 그 미래를 함께 떠받칠 기업과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덴소컵은 과거를 기념하는 대회가 아니다. 기업의 선택이 스포츠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증명한 40년의 기록이다. 그리고 일본의 사례는 이제 한국 대학축구에 분명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정형근 기자 jhg@spotvnews.co.kr
출처 : SPOTV NEWS(https://www.spotv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