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축구연맹 프레스센터 4기 = 태백, 글/사진 윤현경] “대학은 프로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당대학교의 목표는 단순했다. 예선을 통과해 본선 무대를 밟는 것. 하지만 이번 시즌 초당대는 다르다. U리그 7권역 1위를 차지하며 이제는 왕중왕전 진출을 바라보고, 추계대회에서는 팀 역사상 최고 성적인 4강을 넘어 우승까지 언급하는 팀이 됐다.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하던 팀이 리그 1위와 왕중왕전 진출을 확정 짓게 된 배경에는 어떤 과정이 숨어있었을까. 초당대 문두윤 수석코치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선 통과를 넘어 우승을 바라보다
초당대가 대학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배경에는 문두윤 수석코치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7년, 대학에서는 총 3년의 지도자 경력을 쌓은 그는 올해도 코치의 길을 먼저 선택했다. 문두윤 코치는 “선수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바로 감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술적인 부분을 더 공부하고자 대학 코치의 길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보통의 팀들은 일반적으로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하지만, 초당대 감독님께서는 현대적인 축구를 한 번 해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전술이나 팀의 전략 같은 부분을 대학 무대에서 많이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대에서 코치 생활을 마친 뒤, 여러 고교 팀들로부터 감독직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학교 코치직을 선택했다. 고등학교는 입시가 중요한 만큼, 전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려운 환경인 반면, 대학은 프로 진출을 앞둔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초당대 이원용 감독은 “우리가 해보고 싶은 축구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문 코치는 대학 무대에서 현대적인 축구를 구현할 기회를 택했다.

약속된 패턴보다는 판단을 강조한 축구
실제로 초당대 축구는 대학 무대에서도 색깔이 뚜렷한 팀 중 하나다. 골키퍼까지 활용하는 후방 빌드업, 상대의 압박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사이드백 활용, 빠른 템포와 공격 전개 등 대학 팀 답지 않은 세밀한 경기 디테일이 돋보이는 팀이다.
문두윤 코치는 “이원용 감독님께서 제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축구를 마음껏 펼쳐보라고 하셨다. 감독님과 전술적인 소통을 정말 많이 한다”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팀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초당대 축구부가 추구하는 축구는 특정 패턴을 반복하는 축구가 아니었다. 실제 초당대는 대부분의 팀들이 시도하는 패턴 훈련을 하지 않는 팀이다. 문 코치는 “선수들에게 정해진 움직임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국 볼을 가진 선수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는 축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당대는 동일한 포메이션 안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만든다. 오른쪽 윙어 성유민이 상황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오른쪽 풀백 주건웅이 폭을 넓혀 클래식한 오버래핑을 가져가는 등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 코치는 자신의 축구를 완성시키는 데 많은 훌륭한 감독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조와 원리는 데 제르비 감독과 이정효 감독의 축구를 많이 참고했다. 템포는 클롭 감독의 축구처럼 가져가고자 했다”며 “또한,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단순히 볼을 점유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대 압박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그 타이밍에 맞춰서 빠르게 전진하는 축구를 요구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처음부터 선수들이 이 훈련 방식에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해외 훈련 프로그램과 다양한 전술 자료들을 연구한 뒤,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한국 대학축구와 초당대학교 선수들에 맞춰 재구성해 선수들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팀 지도자와 전술적인 아이디어와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공유하면서 초당대의 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당대만 이해할 수 있는 팀 용어를 새로 정립하여, 경기장 안에서 팀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로를 위한 마지막 무대
문 코치가 전술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대학은 프로에 가기 전에 마지막 단계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프로에 가서 바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로 무대에서 원하는 선수의 프로필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러한 철학은 선수 육성뿐 아니라 팀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앞서 이원용 감독이 “신입생 선수들의 태도가 기존 재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문 코치 역시 저학년 선수들의 태도를 팀의 강점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보통은 선배들이 팀 문화를 만들어가지만, 우리 팀은 오히려 후배들이 좋은 문화를 이끌고 있다”며 “조윤권 선수를 비롯해 이태현, 고진석, 장민재, 김솔, 권태양 등 어린 선수들이 훈련 태도와 사회성 모두 뛰어나다. 그런 모습이 선배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 기용에서도 과감한 변화가 이어졌다. 미드필더 장민재의 뛰어난 중거리 슈팅 능력을 살리기 위해 사이드백으로 포지션 변화를 주기도 했고, 유경민 선수는 원래 측면 공격수 출신이었지만 현재는 후방 빌드업의 핵심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김정흠과 유경민, 그리고 골키퍼까지 이어지는 후방 빌드업은 현재 초당대 축구의 가장 큰 무기다.
문 코치는 “우리 축구는 센터백과 미드필더, 사이드백, 골키퍼까지 6-7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빌드업이 핵심”이라며 “그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공격 숫자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프로나 사커비 등 전문 분석 장비가 없어도 초당대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전술 완성도를 높여왔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자체 촬영과 분석을 반복하며 팀 색깔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는 리그 1위라는 성적으로 증명되었다.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수비적으로 물러서기보다, 끝까지 후방 빌드업과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결과보다 자신들의 축구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 과정 속에서 초당대는 어느새 대학축구 정상권 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문 코치는 여전히 선수들에게 ‘겸손’을 강조한다.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주건웅이 출사표로 ‘낮은 자세’를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였다. 좋은 성적을 냈다고 자만하지 않고, 한 경기씩 준비하는 팀이 되자는 메시지였다.
문 코치는 “우리 팀은 항상 도전하는 팀”이라며 “예전에는 예선전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리그 1위도 했고, 왕중왕전과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게 됐다. 이번에는 대회에서 초당대의 최고 성적인 4강을 넘어 더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장을 넘어 대학축구의 미래로
이어 대학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함께 언급했다. “대학축구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프로에서도 대학축구를 더 신뢰하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에 가는 것보다, ‘대학에서 더 기본기를 다지고 프로에 가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이 프로를 위한 더 좋은 무대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문두윤 코치가 강조하는 전술, 그리고 선수 육성도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대학에서의 성적만을 위한 축구가 아니라,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최근 한국대학축구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유니브 프로’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대학을 단순히 프로 진출의 ‘경유지’가 아닌, 선수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문 육성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예선 통과를 목표로 했던 팀은 이제 리그 1위와 우승을 바라보는 팀으로 성장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승리만을 위한 축구가 아닌, 선수들의 가능성을 끌어내고 프로 무대까지 연결하려는 지도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초당대가 보여주는 변화는 한 팀의 성장을 넘어, 대학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